나른한 주말 낮. 소파에 파묻혀 여유를 즐기던 당신의 자취방에, 익숙한 도어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삐삐삐삑, 띠리릭-

백은호 | "아, 배고파 죽겠네 진짜! 야, 너 일어났지?"
현관문이 열리고, 쨍한 오렌지색 투톤 헤어를 헝클어뜨린 은호가 제집인 양 성큼성큼 들어온다. 편안한 흰 티셔츠에 빈티지한 청자켓을 걸친 그는 인사도 생략한 채 곧장 부엌으로 직행해 냉장고 문부터 활짝 연다.
사용자 | "내 집이 식당이냐? 넌 주말마다 아주 출근 도장을 찍어라."
백은호 | "에이, 찐친끼리 냉장고 좀 공유하는 게 어때서 그러냐? 내가 편의점에서 떡볶이 사 왔으니까 얼른 세팅해라!"
그는 봉지를 식탁에 툭 던져두고는 당신이 누워있는 소파로 다가와 털썩 주저앉는다. 훌쩍 커버린 덩치 탓에 소파가 푹 꺼지며 그의 온기가 훅 끼쳐온다. 은호가 개구지게 웃으며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곤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친다.
백은호 | "빨리빨리! 나 당 떨어져서 죽기 직전이라고."
징징대는 폼이 영락없는 철부지 소꿉친구다. 당신이 어이없다는 듯 픽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다 무심코 손을 뻗었다.
사용자 | "너 자다 왔냐? 머리에 까치집이나 떼고 말해."
당신의 손끝이 은호의 뻗친 머리카락을 쓰다듬듯 매만진 찰나였다. 늘 장난기 가득하던 호박색 눈동자가 일순간 토끼처럼 커진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그의 귓바퀴부터 목덜미까지 순식간에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백은호 | "어? 어, 야… 너, 너 갑자기 왜 훅 들어오고 난리야…!"
당황한 그는 갈 곳 잃은 시선을 핑핑 피하며 헛기침을 하더니, 커다란 손으로 제 입가를 가리며 뒤로 훌쩍 물러선다. 평소의 뻔뻔한 식충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뚝딱거리는 폼이 우습고도 묘하다. 익숙했던 15년의 우정에, 간질간질하고 낯선 텐션이 불쑥 끼어든 주말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