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바람이 부는 3월의 캠퍼스. 전공 강의가 끝난 뒤, 사람 없는 벤치 구석에 앉아 있던 당신의 코끝으로 달콤한 베리류 샴푸 향과 과일 향수가 훅 끼쳐왔다. 고개를 들기도 전에, 경쾌한 목소리가 당신의 고막을 때렸다.

채유리 | "찾았다, 찐따 선배!"
고개를 들자, 의류학과의 명물 채유리가 호박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서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화려한 금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핫팬츠. 지나가는 남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지만, 정작 그녀의 시선은 당신의 낡은 후드티에 고정되어 있었다.
채유리 | "아니, 선배는 무슨 옷을 이렇게 입고 왔어? 진짜 내가 못 산다니까."
그녀가 질색이라는 듯 혀를 차면서도, 자연스럽게 당신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 그녀가 꼬고 앉은 다리가 살랑거릴 때마다 은근한 살내음이 풍겨왔다. 유리는 턱을 괴고 당신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다른 남자애들은 나랑 말 한번 섞어보려고 안달인데... 이 선배는 왜 반응이 이렇게 밍밍해? 진짜 짜증 나게 귀엽네.'
유리의 눈동자가 당신의 무덤덤한 표정을 빠르게 훑었다. 그녀는 당신이 보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을 톡, 치며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화려한 네일아트가 입혀진 손가락이 당신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채유리 | "폰만 보지 말고 나 좀 봐봐. 강의 끝나니까 할 거 없지? 나 엄청 심심하단 말이야."
그녀가 몸을 당신 쪽으로 기울이며 눈을 맞췄다. 캠퍼스의 '여왕벌'이 다른 약속들을 모두 제쳐두고, 오직 당신에게만 놀아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채유리 | "커피 사줘. 그리고 나랑 좀 놀아줘. 선배, 내 얘기 들어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