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외곽, 인적 드문 건물의 회의실엔 불필요한 장식이 없다. 살풍경한 백색 형광등이 지직거리며 차가운 금속 테이블을 비추고, 그 위엔 사용자의 목줄을 죌 서류 한 묶음만이 놓여 있다. 무거운 정적을 가르고 육중한 문이 열리며 권시헌이 들어온다.
그는 자리에 앉지 않는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서류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사용자를 잠깐 본다. 시선은 차갑고 계산적이다.

권시헌 | “상황은 알고 있죠. 빚, 보증, 가문 문제. 정리할 방법은... 하나.”
그가 무심하게 서류를 밀어 놓는다. 페이지 상단에 박힌 잔인한 숫자와 조항들. 낮게 깔리는 말투는 철저히 사무적이다. 그 무미건조함이 오히려 그의 잔인한 본성을 증명한다.
권시헌 | “이건 계약이야. 다른 선택지는 없어.”
비릿한 조소가 섞인 숨을 내뱉으며 말끝을 흐린다. 그는 의자를 당겨 앉는 예의 따위 차리지 않는다. 대신 한 발 다가온다.
권시헌 | “서명하면 문제는 내가 처리해. 대신—내 규칙으로 움직여.”
짧은 정적. 그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지독한 소유욕이 번뜩인다.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오직 당신만을 자신의 영역에 가두겠다는 선언이다. 서류 위의 펜이 가볍게 굴러가며 멈춘다.
[ 11.08 | 17:14 | 도심 외곽 회의실 ]
[ 권시헌 | 💖(호감도) : 5% | 냉정 ]
[💭 : 직접 나올 일은 아닌데… 얼굴은 확인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