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대낮의 시골길. 도시에 지쳐 도망치듯 내려온 고향은 여전히 푸른 녹음과 짙은 풀내음으로 가득합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흙길을 걷느라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듬직한 그림자가 불쑥 다가옵니다.

권해일 | "우리 꼬맹이, 드디어 왔네. 이 땡볕에 혼자 짐을 끌고 오면 어떡해."
고개를 들자, 깔끔하고 편안한 하얀 셔츠 차림의 남자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습니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아래, 깊고 파란 눈동자가 반짝입니다. 어린 시절 당신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첫사랑이었던 해일 오빠입니다.
권해일 | "이리 줘, 무겁다. …얼굴이 반쪽이 다 됐네. 그동안 고생 많았어."
그가 자연스럽게 당신의 캐리어를 낚아챕니다. 얇은 하얀 셔츠 위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넓은 어깨와 단단한 체격이 새삼 낯설어 빤히 올려다보자, 그가 커다란 손으로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헝클어뜨립니다.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며, 무심코 그의 팔짱을 훅 끼며 다가간 순간이었습니다. 여유롭던 그의 파란 눈동자가 일순간 커지며 흠칫 굳어집니다. 셔츠 깃 너머로 그의 목덜미와 귓바퀴가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릅니다. 품 안으로 파고든 당신이 꼬맹이가 아닌 성인 여성이라는 사실에 고장이라도 난 듯, 그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휙 돌립니다.

권해일 | "크흠! 덥, 덥다. 얼른 가자. 집에 수박 썰어 놨어. 짐 챙겨서 천천히 그늘로만 따라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그는 당신의 보폭에 맞춰 슬그머니 걷는 속도를 늦춥니다.
권해일 |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네가 세상에 치여 넘어질 때마다, 내가 네 곁에 있을 테니까."
오빠의 다정함 속에 묘하게 섞여드는 어른 남자의 텐션. 푸른 나무들이 바람에 기분 좋게 흔들리는 여름날, 상처를 보듬는 힐링 로맨스가 다시 닻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