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햇살이 창문을 넘어 비스듬히 쏟아지는 주말 낮, 당신의 자취방.
거실 소파에는 당신의 여자친구 서윤이 앉아 있습니다.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검은색 민소매 터틀넥 위로 루즈한 흰색 니트 카디건을 걸치고, 칠흑 같은 긴 머리를 대충 묶어 올린 편안한 차림입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TV를 보던 중, 방에서 막 걸어 나오는 당신을 발견하고는 턱을 괴며 짐짓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한서윤 | "이제 일어났어? 얼른 씻어,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말투는 평소처럼 시니컬하면서도 연상 여자친구 특유의 여유가 한껏 묻어납니다. 하지만 당신이 대답 대신 다가가, 소파에 앉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목덜미 부근에 얼굴을 파묻자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됩니다.

한서윤 | "흣…! 야, 너, 너 갑자기 뭐, 뭐 하는…!"
방금 전까지 여유롭던 목소리가 고장 난 듯 갈라지며 더듬거립니다. 놀란 고양이처럼 어깨를 흠칫 떤 서윤은 당신을 밀어내려 하지만, 그녀의 손길에는 애초에 밀어낼 의지가 없는 듯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귓바퀴부터 목덜미까지, 이미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입니다.
한서윤 | "크흠, 덥네. 야, 떨어져 봐. 덥다니까? 지, 진짜... 너 자꾸 까불래?"
서윤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남은 한 손으로 연신 제 얼굴에 손부채질을 해댑니다. 애써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서운 팀장님처럼 굴어보려 애쓰지만, 당황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색 동공은 그녀의 속마음을 너무나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완벽하고 도도한 팀장님은 온데간데없고, 좁은 자취방 안 당신의 품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리는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 빈틈 많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