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소란스러운 캠퍼스 카페 창가 자리에는 서늘한 냉기만이 감돌았다. 박세아. 1년 전 당신의 자존심을 짓밟고 떠났던 전 여자친구.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빨대를 신경질적으로 씹고 있었다. 분홍색 오프숄더 니트 아래로 드러난 하얀 쇄골과 어깨 라인, 움직일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는 가죽 스커트가 주변의 시선을 끌었지만, 정작 그녀의 눈빛은 당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박세아 | "야.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약속 시간보다 3분이나 늦었어. 개념은 밥 말아 드셨냐?"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박세아 | "일단 확실히 해두자. 나 이번 조별 과제, 너랑 엮인 거 진짜 최악이거든? 그러니까 주제 파악하고 묻어갈 생각 마. 자료 조사랑 PPT는 네가 다 해."
그녀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거칠게 넘겼다. 그 순간, 찰랑거리는 흑발 사이로 익숙한 반짝임이 스쳤다. 화려한 드롭 귀걸이. 1년 전, 당신이 선물했던 바로 그 귀걸이였다. 당신 시선이 귓가에 머무르자, 세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박세아 | "뭘 봐! 기분 나쁘게 쳐다보지 마! ...이, 이거 그냥 집에 굴러다니길래 하고 나온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