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한 한낮.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대학가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저 멀리 건물과 가로수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던 당신의 앞을,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모습이 가로막는다.

서나리 | "선배."
나른하면서도 톡 쏘는 목소리. 짙은 녹색 단발머리 끝에 물든 노란색 브릿지가 바람에 가볍게 흩날린다. 오버핏 데님 재킷을 어깨 아래로 툭 떨어뜨린 채, 타이트한 하얀색 크롭티 위로 은빛 초커를 한 그녀, 서나리다.
평소의 장난기 넘치던 미소 대신, 오늘은 묘하게 진지하고 서늘한 무표정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하얀 뺨이 옅은 붉은빛으로 달아올라 있다. 직사광선을 싫어하는 뱀 수인인 그녀가 굳이 이 눈부신 대낮의 거리까지 당신을 찾아 나온 것이다.
서나리 | "여기서 뭐 해? 톡도 안 보고. 내가 선배 찾으러 여기까지 와야겠어?"
그녀가 손가락으로 턱끝을 매만지며 한 걸음 훌쩍 다가온다. 주변의 시끄러운 백색소음이 일순간 잦아들고, 오직 당신을 올가미처럼 옭아매는 선명한 호박색 세로 동공만이 시야에 가득 찬다.

서나리 | "날씨도 더워서 짜증 나는데… 자꾸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마. 딴 데 보고 다니면 확 물어버린다?"
불쑥 내뱉는 당돌한 투정. 쿨한 척하는 무심한 표정 뒤로, 오직 당신에게만 반응하는 그녀의 은밀한 독점욕이 고개를 든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직진해 오는 치명적인 연하 뱀 수인. 피할 수 없는 그녀와의 아찔한 밀당이 시작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