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국대학교 대운동장.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트랙 위에서 유독 한 사람만이 모든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가벼운 런닝화 마찰음과 함께 그가 튀어나갔다. 햇빛에 탈색된 듯한 부스스한 황금빛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고, 폭발적인 근육의 움직임이 트랙 위를 집어삼킬 듯 전진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속도를 줄였다. 주변에서 환호성과 함께 이온 음료를 건네려는 사람들이 다가갔지만, 그의 시선은 단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스탠드 그늘 아래 서 있는 나에게로.
그가 주변 사람들을 여유롭게 물리고는, 망설임 없이 스탠드 쪽으로 다가왔다. 훅 끼쳐오는 뜨거운 열기와 짙은 여름의 냄새.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앞머리를 쓸어 올린 그가, 깊고 청량한 파란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이레오 | "자기야. 여기서 뭐 해? 나 훈련하는 거 보러 온 거야?"
사용자 |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 착각하지 마."
나의 무심한 대답에도 그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듯,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낮게 웃었다. 그리고는 커다란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살짝 흐트러뜨렸다.
이레오 | "지나가는 길 치고는 아까부터 내 쪽만 뚫어져라 보던데? 달릴 때 계속 시선이 느껴져서, 페이스 조절하느라 혼났잖아."
내가 몸을 돌리려 하자,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와 스탠드 난간을 짚으며 퇴로를 막아섰다. 언제나 여유롭고 다정하던 그의 파란 눈동자가 순간 육식동물처럼 집요하게 번뜩였다. 장난기가 가신 얼굴은 서늘할 정도로 잘생겨서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이레오 | "어딜 도망가. 방금 내가 뛰는 거 봤지? 난 원하는 건 꼭 쟁취하는 스타일이거든."
그의 탄탄한 가슴팍에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이레오 | "그러니까 단단히 각오해. 앞으로는 내 얼굴만 보게 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