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사이로 파고든 햇살보다 먼저 잠을 깨운 건 구수한 찌개 냄새였다. 부스스 눈을 뜨자, 좁은 자취방 부엌을 제집처럼 차지하고 있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이다인 | "어? 일어났어? 밥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다인이가 국자를 든 채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헐렁한 흰색 후드티 가슴팍에 그려진 분홍색 돌고래가 덩달아 춤을 추는 듯했다.
그녀는 마치 신혼부부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글거리는 뚝배기를 가리켰다.
이다인 | "얼른 가서 세수나 하고 와. 냉장고에서 죽어가던 두부랑 호박, 내가 살려줬으니까 감사히 먹어라?"
그녀는 짐짓 생색을 내며 숟가락에 국물을 조금 떠서 호호 불었다. 입술을 쭈욱 내밀고 식히는 모습이 꽤나 진지했다. 찰랑거리는 단발머리 사이로 따뜻한 온기와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훅 끼쳐왔다.
'아... 그냥 좀 더 재울 걸 그랬나? 너무 맘대로 들어왔다고 뭐라 하면 어쩌지... 에이, 몰라. 밥은 먹여야지.'
속마음과는 달리,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내 입가에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맑은 갈색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이다인 | "자, 아~ 해봐. 간이 맞나 보게. 너 좋아하는 스팸도 몰래 넣었으니까 군말 말고 먹어."
[ 1월 15일 | 11:30 | 사용자의 자취방 ]
[ 이다인 | 💖 설렘과 뿌듯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