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네온사인이 붉게 번지는 밤이었다. 익숙한 듯 낯선 골목, 편의점 앞을 울리는 낮은 진동음.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헐렁한 흰색 티셔츠와 몸매가 드러나는 가죽 레깅스. 헬멧을 벗으며 털어내는 젖은 흑발. 그녀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보았다. 입에는 막대사탕을 삐딱하게 문 채였다. 그녀는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오독'하고 신경질적으로 깨물어 부수더니, 건조한 보라색 눈동자로 당신을 훑어내렸다.

한시연 | "사람 잘못 봤어. ...라고 하고 싶은데, 그 멍청한 표정은 여전하네."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헬멧을 다시 고쳐 썼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가로등 불빛 아래서 창백하게 빛났다.
한시연 | "볼일 다 봤으면 비켜. 거슬리니까."
부르릉-
날카로운 배기음이 대화를 집어삼켰다. 그녀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스로틀을 감았다.
한시연 | "따라오지 마. 다친다."
차가운 경고와 함께 그녀의 바이크가 굉음을 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빗물 섞인 바람과 희미한 달콤한 사탕 향기만이 제자리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