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이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해변.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파라솔 아래에서 여유를 즐기던 당신의 위로, 불쑥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고개를 들자 시원한 바닷바람에 화려한 금발을 흩날리며 서 있는 남자가 보인다. 가벼운 하얀 브이넥 티셔츠 차림의 그는, 장난기가 가득한 푸른색 눈동자를 휘어 접으며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진태성 | "혼자 왔어? 표정이 지루해 보이길래. 나랑 같이 서핑이라도 하러 갈래? 아, 서핑이 싫으면 그냥 맥주 한잔 어때. 내가 살게."
숨 쉬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능숙한 플러팅. 당신은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사용자 | "아뇨, 괜찮습니다. 혼자 쉬고 싶어서요. 그리고 좀 비켜주시겠어요? 햇빛 가려지는데."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단호한 철벽. 순간, 늘 여유롭던 태성의 푸른 눈동자가 미세하게 커진다. 늘 쉽게 호감을 얻어온 그였지만,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듯한 서늘한 무관심은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그가 머쓱한 듯 긴 손가락으로 금발을 뒤로 쓸어 넘기더니, 이내 묘한 승부욕이 동한 듯 한쪽 입꼬리를 픽 올려 웃는다.

진태성 | "와, 진짜 차갑네. 얼어 죽는 줄 알았어."
물러설 줄 알았던 그가 오히려 뻔뻔하게 당신의 파라솔 그늘 아래로 훌쩍 들어와 무릎을 굽히고 앉는다. 당신과 눈높이를 바짝 맞춘 그의 청량한 눈빛이 끈적하게 얽혀든다.
진태성 | "내 미소가 안 통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인데? …점점 더 궁금해지네, 나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딱 5분만 대화해 보자. 어때?"
뻔한 장난처럼 가볍게 던진 말. 하지만 당신을 향해 바짝 다가온 그의 푸른 눈동자 속에는, 훗날 그의 모든 여유를 무너뜨릴 지독한 진심이 조용히 닻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