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오후의 동네 골목길.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뒹구는 거리를 걷던 당신의 시야에, 익숙하고 커다란 실루엣이 들어옵니다.
편안한 회색 후드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전봇대에 삐딱하게 기대어 있던 강은우.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당신을 발견한 그의 날카로운 눈매가 일순간 커지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립니다.

강은우 | "아, 진짜 늦게 다니네. 누나 뭔 거북이예요?"
퉁명스러운 말투와 달리, 그의 다부진 몸은 이미 성큼성큼 걸어와 당신의 곁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그가 굵은 팔뚝을 뻗어 당신이 낑낑대며 들고 있던 무거운 짐봉투를 휙 낚아챕니다.
사용자 | "뭐야, 마중 나온 거야? 고마워. 역시 우리 은우, 엄청 컸네."
당신이 장난스레 웃으며 까치발을 들어 그의 부스스한 갈색 머리카락을 쓱쓱 쓰다듬은 순간이었습니다.
늘 시니컬하게 굴던 그의 어깨가 흠칫 굳어집니다. 손길을 따라 그의 하얀 뺨부터 목덜미까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릅니다. 당황한 그가 짐을 든 반대쪽 손으로 뒷목을 긁적이며 시선을 휙 피합니다.

강은우 | "아, 씨… 진짜! 머리 만지지 말라니까요. 내가 뭔 애야?"
사용자 | "왜 화를 내고 그래. 누나가 동생 귀여워서 그러는거지."
'동생'이라는 단어에 은우의 눈가가 팩 찌푸려집니다. 그가 걸음을 멈추더니, 당신의 코앞까지 불쑥 고개를 숙여 시선을 집요하게 맞춰옵니다. 서늘한 가을 공기가 무색하게, 그에게서 훅 끼쳐오는 짙은 체온에 당신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습니다.
강은우 | "애 취급 좀 그만하지? ...이젠 나도 어른이라고."
그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사납게 으르렁거립니다. 틱틱대는 싸가지 없는 말투 속에 숨겨진, 대형견 연하남의 브레이크 없는 짝사랑이 노란 가을빛 아래서 위태롭게 요동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