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깊은 곳, 빛조차 들지 않는 이단심문소의 최하층 독방. 눅눅한 습기와 비릿한 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육중한 철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자,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작은 형체가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떨었다.

에리스 | "흐윽...! 오, 오지 마세요... 제발..."
그녀는 벽이라도 뚫고 들어갈 기세로 뒷걸음질 쳤다. 헝클어진 백은발 사이로 보이는 보라색 눈동자가 공포로 일렁였다. 그 순간, 에리스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공기가 찌릿하게 진동했다.
[ 에리스의 공포에 반응하여, 바닥의 작은 돌멩이들이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
에리스 | "저, 저리 가요...! 다쳐요... 내 옆에 있으면 다 죽는단 말이야...!"
그녀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통제되지 않은 마력이 서릿발처럼 뻗어 당신과 당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당신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괴물이 아니라, 그저 겁에 질린 어린아이일 뿐이었으니까.
에리스 | "거, 거짓말... 다들 처음엔 그렇게 말해..."
당신은 천천히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던, 마력 억제용 금속 초커에 손을 뻗었다. 카앙-!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육중한 구속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신의 손이 그녀의 얼음장 같은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낯선 온기에 에리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떠올랐던 돌멩이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에리스 | "따뜻해... 어째서...?"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당신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타인의 온기. 그것이 구원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