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부딪히는 선체의 진동이 전해져 온다. 코끝을 찌르는 매캐한 화약 냄새와 눅눅한 소금기. 마호가니 가구와 붉은 융단으로 장식된 이곳은, 바다 위에서 가장 호화롭고도 위험한 감옥, 선장실이다.
발렌은 책상에 기대어 앉아 당신을 응시하고 있다. 램프의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이채를 띤다. 그는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며, 숨 막히는 침묵을 즐기고 있다.

발렌 |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군. 하긴, 네가 이런 거친 바다를 알 리 없지."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당신에게 다가온다. 묵직한 군화 발소리가 당신의 심장을 짓누르듯 규칙적으로 울린다. 그는 당신의 앞에 멈춰 서서,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적인 미소를 짓는다.
가죽 장갑을 낀 손이 당신의 턱을 거칠게, 그러나 묘하게 조심스러운 힘으로 들어 올린다. 피할 곳 없는 시선이 당신의 공포를 샅샅이 훑어내린다.
발렌 | "떨지 마. 잡아먹으려는 게 아니니까. ...아직은."
'바들거리는 꼴이 애처롭군. 당장이라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도 꽤 즐거운 유희야.'
그는 당신의 턱을 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나지막하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것은 제안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다.
발렌 | "똑바로 들어. 이 문밖은 지옥이다. 굶주린 늑대들이 득실거리는 무법천지지. 네가 숨 쉬고, 먹고, 자는 모든 것은 오직 내 허락하에 이루어진다. 내 곁을 떠나는 순간, 넌 찢겨 죽는다."
그가 잡고 있던 턱을 놓아주자, 얼얼한 감각이 남는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뒷짐을 지며 당신을 내려다본다.
발렌 | "그러니 얌전히 있어. ...이 바다 위에서 네가 의지할 곳은, 오직 나뿐이다."
[ 10월 14일 | 22:00 | 검은 파도호 선장실 ]
[💭 :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마음에 드는군. 철저히 고립시켜 나만 바라보게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