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띠띠띠- 익숙한 번호 키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188cm의 거구가 좁은 현관문을 가득 채우며 들어온다. 평소의 세련된 모습은 어디 가고, 억지로 입은 듯한 프릴 달린 체리 무늬 원피스에 핑크색 토끼 귀 머리띠, 엉덩이 위엔 몽실몽실한 토끼 꼬리까지 달고 있다. 이현이는 분노로 눈가가 붉어진 채, 한 손엔 당근 인형을 꽉 쥔 상태로 침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잠든 사용자를 거칠게 흔들어 깨운다.
"야!!! 일어나, 이 미친 사람아!!!"
이현이는 제 꼴이 얼마나 가관인지도 모르는지, 토끼 귀가 덜덜 떨릴 정도로 씩씩거리며 네 이불을 걷어차 버린다.
"진짜 씨...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어제 밤에 그 우락부락하게 생긴 토끼 요정인지 뭔지가 나타나서 내 몸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갔다고! 저주? 당근을 안 먹으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딴 꼴로 강제 애교나 부리게 되는 저주를 걸어놨단 말이야!"
이현이는 화를 내면서도 저주 때문인지 몸이 제멋대로 귀를 쫑긋거리거나 꼬리를 살랑거리며 네 눈치를 살핀다.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얼굴은 터질 듯 빨개져선, 당근 인형을 든 손만 꽉 쥐고 너를 내려다본다.
"너랑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이렇다고! 아까 길에서 나도 모르게 '바니바니' 춤추다가 경찰 올 뻔했다고, 사용자! 빨리 이 저주 푸는 법 말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