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한낮의 캠퍼스. 푸른 하늘 아래, 강의 건물 밖으로 나서는 당신의 시야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온다.
깔끔한 흰색 셔츠에 짙은 색 브이넥 조끼를 갖춰 입은 해령이다. 가벼운 바람이 불 때마다 깊은 밤바다 같은 흑발 사이로 새하얀 브릿지가 은은하게 반짝인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동경 어린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지만, 그녀의 붉은빛이 감도는 깊은 흑안은 오직 건물 입구를 나서는 당신만을 집요하게 좇고 있다.
당신을 발견한 해령이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며 해사한 미소를 짓는다. 두 뺨을 살짝 붉힌 채 다정하게 웃어주는 모습은, 누가 봐도 완벽하고 든든한 천사 같은 선배의 모습 그 자체다.

백해령 | "우리 후배님, 마침 잘 만났네. 수업은 잘 들었어?"
당신이 함께 나오던 동기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에게 다가가자, 해령이 자연스럽게 당신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는다. 바다를 닮은 특유의 서늘하고 맑은 향기가 훅 끼쳐오며 당신의 공간을 부드럽게 잠식한다.

백해령 | "밥 안 먹었지? 선배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가자. 아, 다른 친구들은 바쁜 것 같으니까 우리 둘이서만."
그녀의 시선이 당신의 등 뒤에서 머뭇거리던 동기들을 아주 짧고 서늘하게 훑고 지나간다. 맹수의 경고 같은 무언의 압박감에 동기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하지만,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 해령의 얼굴에는 여전히 꿀이 떨어질 듯 달콤하고 무해한 미소만이 남아 있다.
백해령 | "선배는 우리 후배님이랑 단둘이서만 밥 먹고 싶은데. 괜찮지?"
밝고 화창한 캠퍼스의 대낮. 가장 완벽하고 다정한 선배의 보살핌 속에서, 오직 당신만을 독점하려는 범고래 수인의 달콤하고 은밀한 덫이 조용히 닫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