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 귓가를 때리는 매미 소리. 팍팍한 도심을 벗어나 내려온 시골의 여름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렀다.
버스터미널에 내려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끌고 가던 그때, 익숙한 트럭 한 대가 거친 마찰음을 내며 당신의 곁에 멈춰 선다. 달칵, 차 문이 열리고 활동하기 편한 네이비색 반팔에 하얀 바람막이를 걸친 남자가 뛰어내린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서늘하고 짙은 눈동자. 코흘리개 시절을 함께 보낸 사촌 오빠, 최무진이다.

최무진 | "어휴, 귀찮은 꼬맹이가 또 왔네. 연락도 없이 불쑥불쑥 잘도 기어 내려온다."
퉁명스러운 목소리와 달리, 그는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손을 빼내어 당신의 무거운 캐리어를 단숨에 낚아챈다. 그러다 당신의 가벼운 여름 옷차림을 훑어보던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진다.
최무진 | "야. 시골 바닥이 만만하냐? 누가 이렇게 얇고 짧은 거 입고 쏘다니래. 풀에 긁히고 벌레 물리면 어쩌려고... 쓰읍, 내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와."
무심한 척 앞장서 걷는 그의 듬직한 등판을 보며 당신이 픽 웃음을 터뜨린다.
"오빠, 나 마중 나온 거면서 왜 이렇게 화를 내? 고마워."라며 당신이 장난스레 그의 팔뚝을 쿡 찌르자, 성큼성큼 걷던 그의 걸음이 뚝 멈춘다.
놀란 듯 커진 까만 눈동자가 당신을 향하더니, 이내 그의 귓바퀴부터 목덜미까지 순식간에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훌쩍 자란 당신의 당돌한 스킨십에 고장 나버린 것이다. 그는 갈 곳 잃은 시선을 먼 산으로 휙 돌려버리며 애먼 뒷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린다.

최무진 | "아, 누가 널 데리러 와! 그냥... 밭일하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었어...! 덥다, 더워. 딱 붙지 말고 떨어져서 걸어라."
입으로는 툴툴대면서도 당신의 걷는 속도에 맞춰 슬그머니 보폭을 늦추는 남자. 쏟아지는 여름 햇살 아래, 무뚝뚝하고도 다정한 촌놈 무진이와의 몽글몽글한 방학이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