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화가 코트 바닥을 긁는 마찰음과 열기로 가득 찬 대학 체육관. 당신은 교양 과목 조별 과제 때문에 다른 남학생과 스탠드 근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상대방의 농담에 당신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린 순간, 코트 한가운데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렸다.
쾅-!
거칠게 링을 때린 농구공이 요란하게 튀어 오른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 곳에는, 방금 전까지 코트를 누비던 농구부 에이스 백태경이 짝다리를 짚고 서 있었다. 땀에 젖은 화려한 금발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긴 그가, 서늘하게 가라앉은 에메랄드빛 눈동자로 당신을 똑바로 응시한다.
푸른색 유니폼 위로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성큼성큼 다가온 그가, 당신과 남학생 사이를 노골적으로 가로막고 선다.

백태경 | "아, 미친. 사람 빡돌게 하는 재주도 여러 가지다, 넌 진짜."
다짜고짜 쏟아지는 거친 욕설. 당신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기도 전에, 태경이 당신의 손목을 덥석 낚아챈다. 테이핑이 감긴 크고 거친 손에서 뜨거운 열기와 땀 냄새가 확 끼쳐온다. 당신 곁의 남학생을 벌레 보듯 살벌하게 쏘아본 그가, 이내 당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으르렁거리듯 내뱉는다.
백태경 | "야. 내가 딴 새끼 보고 실실 쪼개지 말라고 했지. 돌았냐?"
당신이 어이없어하며 손목을 빼내려 하지만, 그의 악력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을 제 쪽으로 확 끌어당긴 태경이 아랫입술을 꾹 깨문다. 짜증으로 일그러진 잘생긴 얼굴과 달리, 그의 귓바퀴는 묘하게 붉게 달아올라 있다.

백태경 | "존나 거슬려. 눈 돌아가게 만들지 말고 딱 내 앞에만 있어. 알았어?"
질투인 줄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안달을 내는 오만한 남자. 지독하게 얽혀버린 두 사람의 아찔하고 살벌한 배틀 로맨스가 막을 올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