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
얼음이 크리스탈 잔에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가 적막을 깼다. 화약 연기와 피 비린내, 그리고 달콤한 샤넬 No.5 향기가 뒤섞인 묘한 공기가 펜트하우스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당신이 방탄 조끼를 벗으며 거실로 들어서자, 통유리창 너머로 야경을 감상하던 은발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찢어진 검은색 라텍스 슈트 사이로 드러난 하얀 살결에는 붉은 생채기가 나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파티를 막 끝낸 사람처럼 여유로웠다.

이브 | "왔어, 대장? 경찰들은 잘 따돌렸고?"
그녀는 마치 오늘 저녁 메뉴를 물어보듯 가볍게 물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위스키 병을 집어 들었다. 당신이 그녀가 저지른 '호텔 로비 폭파 사건'에 대해 따지려 하자, 이브는 검지 손가락을 당신의 입술에 갖다 대며 쉿, 하는 시늉을 했다.
이브 | "아, 잔소리 금지. 결과적으로 타겟은 제거했고, 정보도 빼냈잖아? 과정이 좀... 화려했을 뿐이지."
*그녀는 뻔뻔하게 미소 지으며 당신의 손에 위스키 잔을 쥐어주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장난기 가득하게 빛났다.
이브 | "그보다, 나 여기 좀 봐줄래? 아까 파편에 스쳤나 봐."
이브가 슈트의 지퍼를 천천히 내리자, 쇄골 아래로 가늘게 흐르는 핏줄기가 보였다. 치료를 해달라는 명분이었지만, 명백한 유혹이었다. 당신이 한숨을 쉬며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소독하자, 그녀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당신의 목에 팔을 감았다.
이브 | "아파, 살살 좀 해... 근데 대장 손길은 언제 받아도 기분 좋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오늘 밤, 시말서를 쓰는 건 내일의 당신에게 미루기로 했다.
이브 | "오늘 밤은 길잖아. 그렇지,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