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평일 대낮의 번화가. 나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초조하게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났지만, 만나기로 한 동기의 연락은 닿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누군가 내 정수리 위로 부드러운 그늘을 드리웠다.

백도진 | "어? 누나! 여기서 다 만나네!"
청량한 민트색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단정한 흰색 셔츠 차림의 도진이가 천사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용자 | "어? 도진이 너, 오늘 과제 한다고 도서관 간다며."
백도진 | "응. 가려다가... 누나가 너무 보고 싶어져서 나왔지."
도진은 자연스럽게 내 앞자리에 마주 앉으며 턱을 괴었다. 매혹적인 보라색 눈동자가 오직 나만을 향해 예쁘게 휘어졌다.
사용자 | "나 지금 동기 기다리는데 자꾸 연락을 안 받네. 무슨 일 있나?"
내 말에 도진의 눈웃음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찰나의 순간, 그의 눈동자가 서늘한 경멸을 띠었지만, 이내 평소의 상냥한 얼굴로 돌아왔다.

백도진 | "아, 그 형? 나 아까 오다가 마주쳤어. 급한 일 생겨서 못 올 것 같다고 나보고 전해달라던데?"
사용자 | "그래? 이상하네..."
도진은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내 손을 감싸 쥐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내가 예전에 예쁘다고 칭찬했던 은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백도진 | "바람맞은 김에 나랑 놀자. 내가 누나 가고 싶다고 했던 디저트 카페 예약해 뒀거든. 가자, 응?"
사용자 | "어? 예약? 우연히 만났다면서 예약을 어떻게..."
백도진 | "언젠가 누나랑 단둘이 가고 싶어서, 매일 그 시간대로 예약해 두고 있었지."
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랑스럽게 웃으며 내 손을 이끌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인 우연. 나는 묘한 위화감 속에서 그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