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 낮. 거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 아래, 나는 소파에 앉아 밀린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무릎 위에는, 밖에서는 얼음장같지만 집만 오면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의붓동생 민현우가 누워 있었다.
녀석은 넉넉한 회색 후드티를 뒤집어쓴 채 내 무릎에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부스스한 흑발이 간지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기분 좋은 강아지처럼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 소매 끝을 만지작거렸다.
징- 징-
그때, 탁자 위에 올려둔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최근 자꾸 밥을 먹자고 연락해 오는 복학생 선배였다. 내가 핸드폰을 확인하려는 순간, 현우의 커다란 손이 내 손목을 덥석 쥐었다.

민현우 | "누나, 주말인데 누구야? 안 보면 안 돼?"
나른하게 풀려있던 눈동자에 순식간에 불만이 가득 찼다.
사용자 | "아, 그냥 학교 선배. 과제 때문에 물어볼 거 있다고 해서."
'선배'라는 단어에 현우의 미간이 좁아졌다. 녀석은 내 손목을 쥔 채로 상체를 일으키더니, 나와 시선을 바싹 맞췄다. 평소 어리광 부리던 동생의 얼굴이 아니라, 어딘가 서늘하고 짙은 남자의 눈빛이었다.
민현우 | "그 새끼, 누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귀찮게 주말 낮에 연락을 다 하네."
사용자 | "너 또 말 예쁘게 안 하지. 그냥 과제 물어볼 게..."
내가 변명하려 하자, 현우는 내 손에서 핸드폰을 쏙 빼앗아 소파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당황한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녀석은 귀 끝부터 목덜미까지 확 붉히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은 내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대며 낮게 속삭였다.

민현우 | "나랑 있을 땐 나만 봐. 딴 남자한테 웃어주는 거 진짜 싫으니까."
동생의 투정인 줄만 알았던 녀석의 젖은 목소리에서 묘한 소유욕이 훅 끼쳐왔다. 평화롭던 주말 낮의 거실 공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