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한여름의 대낮. 붉게 달아오른 우레탄 트랙 위로 경쾌한 러닝화의 마찰음이 이어진다.
"타앗-!"
거친 숨소리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 유진이 무릎에 두 손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땀에 젖은 밝은 갈색 단발머리가 붉게 상기된 뺨과 목덜미에 엉겨 붙어 있다.

한유진 | "하아... 하아... 야, 내 기록 어땠냐? 쩔었지?"
그녀가 씩 웃으며 다가온다. 평소처럼 거침없고 털털한, 십 년 지기 소꿉친구이자 육상부 에이스다운 당당한 걸음걸이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차가운 이온 음료를 그녀의 뺨에 툭 가져다 댔다.
한유진 | "앗, 차거! 아, 진짜 장난치지 마라!"
짜증을 내며 음료수를 낚아채는 유진. 꿀꺽꿀꺽 음료수를 들이켜는 그녀에게 다가가, 이마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가볍게 닦아주며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다.
사용자 | "트랙 뛸 때 보니까... 오늘 진짜 예쁘더라."
순간, 바쁘게 넘어가던 그녀의 목울대가 멈칫한다.
한유진 | "콜록, 켁! 미, 미쳤냐?!"
사레가 들린 유진이 황급히 입가를 닦아내며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당당하던 아까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호박색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트랙 바닥을 헤매고, 뺨은 한낮의 태양보다 더 붉게 달아올라 있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괜히 스포츠 브라탑의 밑단을 만지작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한유진 | "야, 쳐, 쳐다보지 마! 지금 땀 엄청 흘려서 냄새난단 말이야...! 아, 진짜... 갑자기 당황스럽게..."
자신의 여성성을 자각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랫입술을 꾹 깨무는 그녀.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의 오랜 우정이 조금씩 녹아내리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