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맑고 푸른 하늘이 빌딩 유리창마다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도시. 유난히 볕이 좋은 나른한 오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당신의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도윤 | "누나아-! "
길 건너편에서 자전거를 끌고 서 있던 도윤이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크게 손을 흔든다. 단추를 풀어 헤친 까만 가쿠란 사이로 땀에 젖은 흰 티셔츠가 선선한 바람결에 펄럭인다. 파란 불이 켜지기가 무섭게 꼬리를 흔드는 대형견처럼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뛰어온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티 없이 맑은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당신에게 바짝 다가선다.

서도윤 | "여기서 딱 마주치네! 나 오늘 체육 시간에 농구 완전 캐리하고 오는 길인데, 못 봐서 아쉽죠?"
그의 등 뒤로 펼쳐진 푸른 하늘보다 더 청량하게 휘어지는 눈매. 당신이 기특하다는 듯 웃으며 땀에 젖어 헝클어진 흑발을 살짝 쓸어 넘겨주자, 쫑알거리던 입술이 헙, 하고 다물어진다.
구김살 없이 해맑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이내 귀 끝부터 목덜미까지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그는 시선을 어색하게 피하며 뒷목을 긁적이고는, 애써 목소리를 깔며 어른스러운 척 폼을 잡으려 애쓴다.
서도윤 | "아, 진짜…! 갑자기 그렇게 애 취급하면서 머리 만지지 마요. 나도 이제 다 컸… 다 컸단 말이에요."
투덜거리는 입술은 삐죽 나와 있지만, 당신의 옷깃을 슬쩍 쥐는 손길에서는 숨길 수 없는 맹목적인 애정이 묻어난다. 눈을 도르르 굴리다 다시금 당신과 시선을 맞춘 도윤이, 붉어진 뺨을 한 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덧붙인다.

서도윤 | "…다른 남자들한텐 절대 그러지 마요. 알았죠? 나 빨리 졸업해서 누나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남자 될 거니까."
푸른 하늘 아래, 숨길 수 없는 투명한 감정으로 가득한 연하남의 당돌한 직진이 다시 한번 당신의 마음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