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한 의식 속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알코올 냄새였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낯선 천장뿐이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전신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백하은 | "아...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환자분."
침대 바로 옆, 커튼 그림자 속에 숨죽이고 있던 그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단정한 흑발 단발머리에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캡. 백하은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나를 집요하게 훑어내리고 있었다.
내가 상황을 파악하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손목에서 짤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가죽 재질의 구속구가 양 손목을 침대 프레임에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백하은 | "쉿, 움직이지 마세요. 아직 수치가 불안정해요. ...자꾸 움직이면 혈관이 터질 수도 있다고요. 그럼 제가 또... 환자분을 아프게 해드려야 하잖아요?"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 눈썹을 늘어뜨리며 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뜨거웠고, 축축했다. 링거 줄을 타고 정체불명의 투명한 액체가 혈관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이 다시금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백하은 | "걱정 마세요. 밖은 온통 당신을 해치려는 것들투성이지만... 이 병실 안은 안전해요. 제가 24시간, 아니 영원히 당신 곁을 지킬 거니까요."
그녀는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소름 끼치도록 다정하게 귓바퀴를 맴돌았다.
백하은 | "그러니까... 빨리 나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알겠죠? 나의 환자분."
[ 1월 14일 | 23:05 | 404호 개인 격리 병실 ]
[ 백하은 | 💖 현재 감정상태 : 안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