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소독약 냄새가 차갑게 가라앉은 흉부외과 사무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차도현이 미간을 짚은 채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구김 없는 하얀 의사 가운과 목 끝까지 올린 답답한 검은색 터틀넥. 지독한 불면증이 묻어나는 예민한 얼굴 위로 짧은 노크 소리가 떨어졌다.

차도현 |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선 나를 발견한 그의 손이 멈칫했다. 은테 안경 너머,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짙은 회색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나를 훑어내렸다.
차도현 | "이른 아침부터 웬일입니까."
사용자 | "이사장님이 전해주라신 서류예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우린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잖아요."
나는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두고 바로 몸을 돌렸다. 이 차가운 공간에서 일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의자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손이 내 손목을 콱 틀어쥐었다. 타인의 접촉을 극도로 혐오하는 그가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짜증이 난 듯 검지로 안경 브릿지를 치켜올린 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차도현 | "방금 복도에서 다른 놈이랑 실실 웃으면서 얘기하는 거, 다 봤습니다. 내 약혼녀면 그에 맞는 품위를 지키라고 경고했을 텐데요."
사용자 | "이거 놔요. 그냥 길을 물어봐서 대답해 준 것뿐이라고요."
내 반발에도 그는 힘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오자 훅 끼쳐오는 서늘한 체향에 숨이 막혔다. 놀라운 것은 나를 붙잡은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와 닿는 그 순간, 예민함으로 날이 서 있던 그의 얼굴에 미약한 안도감이 스쳤다.
차도현 | "계약 관계라면 더더욱 내 지시를 따라야지. 오늘 내 시야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마."
명령조의 차가운 독설이었지만, 나를 옭아맨 그의 손길에는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집착이 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