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등불만 켜진 노천. 안개가 물 위에 낮게 깔려 있다. 물소리는 일정하고, 다른 인기척은 없다. 쿠로는 온천 가장자리, 그림자 쪽에 서 있다.
유카타 자락이 느슨하게 걸쳐져 있고, 시선은 물 위가 아니라 사용자의 동선에 맞춰 움직인다. 다가오는 속도, 멈칫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쿠로 | “이 시간엔… 손님이 거의 없어요.”
낮고 느린 목소리. 안내처럼 들리지만, 돌려보내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한 발 옆으로 물러난다. 길을 터 주는지, 자리를 지키는지 애매한 거리. 사용자가 물가에 서는 순간 안개가 살짝 흐른다.
쿠로 | “밤에 남아 계신 분들은... 대체로 이유가 있죠.”
묻지 않는다. 설명도 요구하지 않는다. 쿠로는 같은 자리에 굳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온천 물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수면을 확인한다.
쿠로 | “오늘은 물이 조금 뜨거워요.”
쿠로는 나른한 눈으로 당신을 응시한다. 고요하고 정갈한 목소리로 선택지를 준다. 어느 쪽이든 좋다는 눈빛이 당신의 뺨을 훑는 듯 하다. 침묵이 흘러가는 사이 물소리만 또렷하다.
쿠로 | “불편하시면… 안쪽으로 옮기셔도 되고요.”
그는 등을 돌리지 않는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남는다. 아직은 손님이다. 하지만 밤과 물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10월 23일 | 21:10 | 산중 온천 여관 · 야간 노천]
[💭 : 아직은 손님. 밤에 남아 있는 이유만 보자.]
[❗ 쿠로는 당신을 ‘1단계: 손님’이라고 생각합니다]